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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운문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502024
한자 望雲門山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시대 조선/조선 후기
집필자 이상동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배경 지역 운문면 -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성격 한시
작가 조정|황응규

[정의]

조선 후기 조정, 황응규 등이 경상북도 청도의 운문산을 소재로 읊은 한시.

[개설]

경상북도 청도의 운문산을 읊은 한시는 청도의 인물은 물론이고 군수, 시인, 유람객 등 외지인들도 많이 지었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1435∼1493]의 「여남방승기운문산(與南方僧期雲門山)」, 이만백(李萬白)[1657∼1717]의 「망운문산(望雲門山)」, 조정(趙靖)[1555∼1636]의 「유운문마상구점(遊雲門馬上口占)」 5수, 황응규(黃應奎)[1518∼1598]의 「운문산차이익지운(雲門山次李益之韻)」·「운문산(雲門山)」, 손곡(蓀谷) 이달(李達)[1539∼1628]의 「운문산(雲門山)」 등이 전한다.

이 가운데 청도 군수로 있으면서 백성들의 교화와 유풍(儒風)의 진작(振作)에 힘쓰고, 외지인 가운데서도 청도와 관련된 작품을 가장 많이 남긴 조정황응규의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황응규의 문집을 통해 새롭게 찾아낸 이달의 「운문산」도 함께 살피고자 한다.

[구성]

조정의 「유운문마상구점」과 황응규의 「운문산차이익지운」은 칠언 율시로 구성되어 있고, 운자는 ‘간(看)’, ‘만(灣)’, ‘한(閒)’, ‘산(酸)’, ‘란(闌)’이다. 이 중 황응규의 시는 이달의 「운문산」에서 차운(次韻)한 것으로 운자는 ‘위(危)’, ‘지(知)’, ‘시(時)’, ‘기(期)이다.

[내용]

운문산 유람은 산을 중심으로 전개되기보다는 강을 따라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산록에 나타나는 호연지기와 심성의 수양보다는 흥취와 유흥 쪽에 무게 중심이 놓인다. 청도 군수를 지낸 조정의 「유운문마상구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황국단풍주마간(黃菊丹楓駐馬看)[말을 멈추고 황국과 단풍을 바라보다가]

석양인재소계만(夕陽人在小溪灣)[석양 무렵 사람들 개울 굽이에 자리했네]

막혐세고구인급(莫嫌世故驅人急)[세상일로 급하게 몰아붙임을 싫어 말게]

유행천공차아한(猶幸天公借我閒)[다행히 하늘이 우리에게 한가로움을 주셨네]

천수시편경귀담(千首詩篇驚鬼膽)[수많은 시편 귀신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일성가고세유산(一聲歌鼓洗儒酸)[한 가닥 노래와 연주 소리 선비의 괴로움 씻어 주네]

전광역시영호사(顚狂亦是英豪事)[미치광이 짓 역시 영웅호걸의 일]

의모귀래흥미란(欹帽歸來興未闌)[모자 젖혀 쓰고 돌아오니 흥은 아직 끝나지 않았네]

이 유흥에는 대구 부사 김윤안(金允安)[1562∼1620], 청도의 성현 찰방을 지낸 뒤 밀양의 향리에 은거하던 손기양(孫起陽)[1559∼1617], 청도의 김치삼(金致三)[1560∼1625]과 박경전(朴慶傳)[1553∼1623], 승려와 악사 등이 함께하였다. 바쁜 공무(公務)에 잠시 한가로운 시간을 내어 벗들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다 개울가에 앉아 시를 짓고 노래하는 일을 묘사하고 있다. 손기양의 「유운문산록(遊雲門山錄)」에서 이 유흥 모임의 상세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데, 가을날 기연(妓淵)[낙화암(落花巖)]에서 벗들과 함께한 즐거움과 흥취를 묘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정 못지않게 황응규도 군수로 있으면서 청도와 관련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 중 운문산과 관련한 「운문산차이익지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산인우제호객자(山因雨霽好客滋)[비 개인 산에는 좋은 길손 넘치고]

고면혼망석로위(顧眄渾忘石路危)[주위를 둘러보느라 돌길의 위태로움도 잊었네]

일상봉만개가앙(日上峰巒皆可仰)[해 떠오르는 봉우리 모두 우러르고]

운심동학묘난지(雲深洞壑杳難知)[구름 깊은 골짜기 아득하여 알기가 어렵네]

현애뢰벽용귀처(懸崖雷闢龍歸處)[용이 돌아가는 곳, 깎아지른 벼랑에는 우레가 치고]

유곡풍생호소시(幽谷風生虎嘯時)[범이 울부짖는 때 그윽한 골짜기에는 바람이 일어나네]

요초응지생간곡(瑤草應知生磵曲)[고운 풀은 시내 구비마다 활짝 피어 있는데]

선범이로멱무기(仙凡異路覓無期)[선계와 속계는 길이 달라 찾을 기약이 없네]

수련(首聯)은 비가 개인 뒤 돌길의 위태로움을 잊은 채 산으로 길손이 찾아듦을 묘사하였고, 함련(頷聯)은 해가 중천에 떠서 봉우리 위에 걸쳐 있고, 저 멀리 구름 깊은 골짜기 아득한 곳이 운문산임을 드러내었다.

경련(頸聯)은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벼랑 아래 개울물은 우레가 치듯 소리를 내고, 그윽한 골짜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고 표현함으로써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용과 범을 끌어들인 것은 아니다. 용이 돌아가는 곳은 용왕의 아들인 이목(璃目)의 전설이 서린 운문사 옆 이목소(璃目沼)를 가리키고, 범이 울부짖을 때 바람이 불어오는 골짜기는 운문사의 모산(母山)인 호거산(虎踞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미련(尾聯)은 기화요초(琪花瑤草)가 활짝 핀 운문산 일대가 선계(仙界)인 줄은 알지만 속계(俗界)에 살고 있는 길손으로서는 다시 찾을 기약이 없다고 하였다. 운문산을 용과 범이 숨어 살고, 온갖 기화요초가 피어나는 신비로운 선계로 묘사하였다.

「운문산차이익지운」의 제목을 풀면 ‘운문산, 이익지(李益之)의 시에서 차운하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삼당파 시인인 손곡 이달의 시에서 차운한 것이다. 이달의 「운문산」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만종서간수연자(晩鍾西澗水煙滋)[서쪽 개울 자욱한 물안개 속 저녁 종소리]

백석리리간도위(白石離離磵道危)[흰 돌은 들쑥날쑥 개울 길은 위태롭네]

일학천성유객청(一壑泉聲遊客聽)[골짜기 샘 소리 노니는 나그네가 듣고]

만산추색노승지(滿山秋色老僧知)[온 산 가을빛은 늙은 중이 안다네]

행천락목운심처(行穿落木雲深處)[낙엽과 구름 깊은 곳으로 발걸음 들여]

좌도황대조하시(坐到荒臺鳥下時)[황량한 대에 새가 내릴 때까지 앉았네]

이여금소결선송(已與今宵結禪誦)[이미 오늘 밤 독경 소리 들으려]

현등환유상방기(懸燈還有上方期)[등불 밝히며 다시 절간에 오를 기약을 두네]

수련은 운문산에 들어간 시점이 저녁 무렵이며 사찰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함을 종소리를 통해 드러내었다. 함련에서는 골짜기의 샘 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와 단풍에 완전히 물든 운문산의 시각적 이미지를 적절히 조화시켜 석양 무렵 운문산의 가을 풍경을 묘사하였다.

경련은 함련과 마찬가지로 낙엽과 구름, 황량한 대와 둥지로 모여드는 새소리를 통해 운문산의 가을 경치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함련의 전체 경관 묘사에서 시인이 서 있는 장소로 시선을 축소함으로써 시인의 행위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미련에서 운문산을 찾은 이유가 사찰의 독경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달의 「운문산」은 일면 운문산의 물안개와 종소리, 샘 소리와 각양각색으로 물든 단풍, 낙엽과 구름, 황량한 대와 둥지 위에 자리 잡은 새 등의 시어를 통해 운문산의 가을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시선의 축소를 통해 시인의 행위에 집중하게 하는 기법을 동원함으로써 시인이 운문산을 찾은 목적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특징]

운문사에 대한 시들은 사찰 자체를 중심에 놓고 읊은 사찰 제영시의 범주에 포함되는 데 반해 운문산을 읊은 시들은 운문산을 찾아가는 과정과 운문산 전체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의의와 평가]

운문산을 소재로 한 한시 작품들을 통해 운문산의 아름다움을 소개할 뿐 아니라 운문산이 청도를 대표하는 자연 경관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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