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청도 적천사를 소재로 지은 한시.

[개설]

청도의 대표적인 사찰인 적천사(磧川寺)를 소재로 지은 한시로는 고려 후기 승려인 인각(麟角)의 「적천사(磧川寺)」와 조태억(趙泰億)[1675∼1728]의 「증적천사보신상인(贈磧川寺普信上人)」과 「우증보신사(又贈普信師)」, 홍한주(洪翰周)[1798∼1868]의 「유적천사(遊磧川寺)」, 신유한(申維翰)[1681∼?]의 「적천사과방장영선사(磧川寺過方丈英禪師)」가 전해진다. 이 중 인각과 신유한의 한시는 군지와 『대동시선(大東詩選)』 등에 실려 있다.

[구성]

인각의 「적천사」는 칠언 율시이며, 신유한의 「적천사과방장영선사」는 오언 절구로 된 다섯 수의 연작시이다.

[내용]

인각의 「적천사」는 다음과 같다.

격림요청출산종(隔林遙聽出山鐘)[숲 너머 멀리 산사의 종소리 들려오니]

지유연방재취봉(知有蓮坊在翠峰)[푸른 봉우리에 절이 있는 줄 알겠네]

수밀영차당호월(樹密影遮當戶月)[빽빽한 나무 그림자 방에 비치는 달빛 가리고]

곡허성답타문공(谷虛聲答打門筇)[빈 골짜기 문 두드리는 지팡이 소리에 답하네]

수포백련류전석(水鋪白練流全石)[물은 흰 명주 펼친 듯 온 바위를 덮어 흐르고]

홍예청라괘고송(虹曳靑蘿掛古松)[무지개는 푸른 담쟁이를 끌어다 고송에 걸었네]

막괴노부유수일(莫怪老夫留數日)[늙은이 며칠 머문다고 괴이타 말게]

당년보조시유허(當年寶照示遺墟)[그 옛날 보조 스님도 자취를 남겨 두었네]

수련(首聯)[1∼2구]은 적천사가 있는 곳을 찾아가면서 숲 너머 먼 곳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종소리를 통해 푸른 봉우리 속에 절이 위치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함련(頷聯)[3∼4구]은 시각적·청각적 이미지를 담은 시어를 통해 적천사가 더할 나위 없는 청정(淸淨)의 공간이자 적막의 공간임을 드러내고 있다. 경련(頸聯)[5∼6구]은 적천사 주위의 풍광을 담고 있는데, 밤사이 비가 왔는지 온 바위를 덮으며 흰 물살이 세차게 흐르고, 고송을 휘감은 담쟁이 사이로는 무지개가 떠올랐다. 온 바위를 덮어 흐른다고 하여 적천(磧川)이라는 이름과 절묘하게 상응시키고 고목과 담쟁이를 통해 고찰(古刹)임을 드러내었다. 미련(尾聯)[7∼8구]에서는 보조 국사 지눌이 직접 심었다는 적천사 은행나무를 언급하며, 지눌이 은행나무를 남긴 것처럼 자신은 「적천사」를 남기는 것으로 며칠간 머무는 것을 갚겠다고 하였다.

신유한의 「적천사과방장영선사」는 선취(禪趣), 곧 불교적 색채가 짙은 것이 특징이다. 적천사의 방장인 영선사(英禪師)를 찾아가 지은 시로 영선사의 풍모와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

소석임류수(掃石臨流水)[바위를 쓸고 흐르는 물에 임해]

문사하처래(問師何處來)[선사는 어디서 왔는지 물으니]

사언무소주(師言無所住)[선사의 말이 머무는 바가 없고]

우여백운회(偶與白雲回)[우연히 흰 구름과 함께 돌아왔다고 하네]

5수의 연작시 가운데 첫 번째 수이다. 선사와의 만남을 읊은 부분으로 구름을 닮은 영선사의 무심(無心)의 경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신유한의 대표 작품으로 이 시가 소개되어 있다.

[특징]

인각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적천사」에 보조 국사 지눌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 사이에 활동한 시에 능한 승려로 짐작할 수 있다. 이숭인(李崇仁)[1347∼1392]의 『도은집(陶隱集)』에 「송경상인환산 이작삼절 기인각정각양선사(送鏡上人還山 仍作三絶 寄麟角定覺兩禪師)」라는 시가 전하는데, 여기에서의 ‘인각’과 관련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의의와 평가]

고려 후기의 시승(詩僧)과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시인이 남긴 작품을 통해 적천사의 입지와 유래, 적천사에 머물었던 인물의 풍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데서 그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